부산엑스포 유치 실패...홍보 PT가 졸렬하다

홍보는 청중과의 관심사를 찾고 공통분모를 찾는 것에서
세계인의 관심사과 고통을 찾지 못한 한국의 엑스포 홍보

이승훈 승인 2023.11.29 23:00 의견 0
한국의 부산 엑스포 홍보와 프레젠테이션을 비판하는 네티즌들 / 사진=네이버뉴스화면



국력이 형편없었을 때는 막 성장한다는 것이 가치가 있고 다른 여러 개발도상국 제3세계 나라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고 힘과 꿈을 줄 수 있기에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이 잘 나간다는 것으로 엑스포 같은 국제행사 유치전에서 홍보 기조로 삼을 수 있다.

지금 한국은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그런 개발중심주의 사고, '내가 젤 잘나가'라는 태도는 세계 각국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지금 세계는 정치경제가 매우 어렵다. 미국과 중국과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를 버리고 아메리카 우선주의, 보호주의를 통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렇게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가 후퇴하고 미국이 보호주의를 고수하니 세계 모든 나라들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0년부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또한 타의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가 멈춰버렸고 격리와 단절이 나타났고 공급망 위기가 나타나 각국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격리와 단절은 분열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기후 위기, 에너지 위기, 식량위기로 세계 각국이 짓눌려 있고 특히나 남반구 제3세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세계인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한 채 한국의 K-POP을 내세운다 해서 무슨 공감을 불러일으킬까? "아 역시 한국은 잘나가는구나?"이렇게 생각할까?

홍보의 ABC는 자신과 홍보를 받아들일 쪽의 공통 관심사, 공감대를 찾아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주목을 하고 반응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홍보 독도 홍보 전문가라는 서경덕 교수가 비난받는 이유는 이런 공감대 형성이 없이 일방적으로 한국의 생각, 한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애국심을 세계인들에게 주입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세계인들이 왜 자신들의 귀한 시간을 허비하며 한국인들의 애국을 알아야 할까? 공감 없는 일방적인 메시지 주입은 홍보가 아니라 공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홍보 전문가 신성대 씨는 베트남의 응우옌민찌엣 주석이 종전 32년 만에 미국을 방문할 때 미국 국민들에게 썼던 편지를 소개한다.

편지는 “토머스 제퍼슨은 1787년 자신의 버지니아 농장에 심을 볍씨를 베트남에서 구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의 독립선언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제퍼슨의 불멸의 선언과 함께 시작됐습니다.”로 시작한다.

찌엣 주석은 먼저 편지 전면에 부시 대통령의 사진을 실음으로써 미국인으로 하여금 이 광고가 미국과 관련이 있음을 알려 시선을 붙잡고, 어어 본문 도입부에 미국 국민 모두가 존경해 마지않는 건국의 아버지 제퍼슨의 일화를 들먹이면서 스토리텔링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어 두 나라 간의 오래된 우정 깊은 역사를 소개하며 슬픈 전쟁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신성대 씨는 미국인들이 베트남 민찌엣 주석의 품격에 놀랐다고 소개한다. 베트남과 미국의 공통분모, 공감대를 찾는 것이 베트남 홍보의 요체라는 뜻이다.

찌엣 주석의 편지, 그런 것이 홍보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라면 세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한국이 공감하면서 그걸 홍보의 앞 단에 세워두고 주의를 환기시켜야 했다. 그다음에 그 문제 의식과 엑스포의 기조, 방향성과의 공통분모를 찾아내어서 그 공통분모 속에 부산 엑스포를 잘 녹여내어서 지지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그게 홍보다.

홍보라는 것은 끊임없는 공통분모 찾기 과정이다.

그러나 한국은 프레젠테이션에서 왕년의 유행가 강남스타일을 소개하고 K-POP을 자랑한다. '강남스타일' 대신에 왕년의 K-POP "내가 젤 잘나가"를 배경음악으로 깔았으면 메시지 일관성에서는 더 뛰어났을 법하다.

선진국이 됐으면 선진국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 선진국의 품격을 갖춰야 한다. 아직도 개발중심주의 사고에 빠져서 '내가 젤 잘나가'를 아무리 들려줘 본들 앞에서는 칭찬, 뒤에서는 냉소밖에 받을 것이 없다.

한국의 홍보에는 '공통분모(Engagement)가 없다. 홍보에 인게이지먼트가 없으니 홍보에 품격이 없고 깊이가 없고 내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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