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 논란에 대해 1)의대 정원은 200명 증원 2)보험수가 인상 및 재조정-실손 보험 등 보험 제도 재조정, 진료비 정상화(인상) 포함-, 3)필수 (바이탈) 의료 특별 인센티브 실시.
필자는 시민단체가 400명 증원을 강력히 주장하고 의사들이 400명 증원에 격렬하게 반대하던 그때부터 이렇게 3개가 결합된 패키지 정책이 옳다고 봤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몇 년 전에 아산병원 간호사가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을 두고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로 일하는 분이 "왜 사람들이 간호사 사망을 두고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 나는 그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평소에는 매우 사려 깊은 말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는 "업계 종사자의 의리를 일반인들이 간섭할 문제는 아니"라면서 시민들이 왜 문제를 삼고 있는지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 계속하다가 싸움이 날 것 같아서 그냥 대화를 포기하고 나왔다.
그 응급의학과 교수를 보면서 시민들이 의사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의사들도 시민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가만히 보면 일반 시민들은 의사를 불신하는 것 같다. 신뢰가 없는 마당에 정원을 증가한다 해서 지금보다 나쁠 게 뭐가 있나라는 게 일반 시민들의 생각인 것 같다. 의사를 불신하는 시민들로서는 그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필수의료(바이탈) 증원이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의 주된 목적이고 지역의 의사 증원이 부차적인 목적이지만 지금도 그쪽에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가 있어도 바이탈과 지역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정원을 증가한다고 해서 정책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 결국 이 문제는 불신의 비용 문제다.
한편, 다수의 의사들이 바이탈 부족 원인으로 민형사 법제도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그건 의사들이 법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무과실책임 손배는 공제나 보험으로 해결해야지 고의와 과실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의료소송에서는 입증책임 전환이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물론 형사책임은 가능한 엄격히 봐야 한다. 이대 목동 병원 사건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의사 책임으로 성급히 구속하며 여론 재판하듯 몰아간 것은 죄형법정주의와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위반되는 일이었다.
의사들은 사망'당한' 피해자의 입장에 서봐야 하고 의사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일반시민의 입장에 서봐야 한다. 자기 자신이 의사인데도 의사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으로 자신을 상정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가설적 사고능력이 필요하다.
그럼 정책적 대안으로 필자가 내건 것 중에서 의사가 부족하지 않은데 200명씩 증원해야 하는 이유는? 그야 서서히, 의사라는 직업이나 의대 진학이 최고의 선택이 안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초과해서 정원을 늘리면 피부미용성형으로 빠진다는데 그렇다면 극약처방으로 피부미용성형 개업 허가제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물론 유럽형 사민주의 의료 국가 체제를 염두에 둔다면 2000명 증원은 적고 그보다 더 많이 뽑아야 한다.
지금 정부와 의사의 갈등을 부르는 문제들은 최악의 경우에도 나중에 "아~ 이 산이 아닌가벼"라면서 바꾸면 된다. 잠깐의 시행착오로 끝날 일이다. 큰 틀, 구조에서 변화는 없고 정원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과학기술 쪽 인력 부족이다. 이것은 "아~ 이 산이 아닌가벼"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한국은 의과학자들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특히 유전자, 바이오신소재 분야 의과학자들. 뭐 부족한 게 의과학자뿐이겠냐마는, 이런 보다 더 중요한 문제에 사회의 관심이 부족하다.
최선의 정책은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왜냐면 각자에게 최선의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간이 지나고 시행착오가 거듭되면 결국엔 최선의 정책으로 귀결된다.
그 위기관리와 갈등관리를 잘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이 사회의 신뢰 자본이라는 것을 중시하는 평판관리 관점에서 보는 또 다른 해결책이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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