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승인
2024.02.14 16:01
의견
0
지능 연구자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현재의 세대가 지능검사 성적이 훨씬 더 높게 나올 것이라고 한다.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 세대에 비해 현재 세대가 가설적 사고(hypothetical thinking)와 추상적 사고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가설적 사고란...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흑백 인종차별을 심하게 하는 백인에게 누가 이렇게 묻는다 "만약 당신이 아침에 일어났는데 흑인의 몸을 하고 계시다면 기분이 어떠시겠어요?" 이 물음에 가설적 사고 능력이 떨어지는 백인은 "내가 백인인데 어떻게 흑인의 몸을 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한다. 자기가 흑인이 되어보는 가설적 상황을 생각하는 능력이 결여돼있기 때문에 '말도 안 된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선조들이 4자 격언으로 자주 써왔던 '역지사지'라는 것은 매우 고차원적인 사고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랄 수 있겠다.-
1910년 오하이오 주의 중학생 시험문제를 볼 때, 당시의 문제는 "44개 주의 주도는 어디냐"와 같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것을 묻는 것이었다면 1990년의 오하이오 주 중학생 시험문제는 훨씬 추상적인 것이었다. "왜 각 주의 가장 큰 도시가 주도가 아닌 경우가 많냐?"는 식이다. 이는 현 세대 사람들의 가설적 사고와 추상적 사고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
인류의 문명과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류는 '가설적 사고'와 '추상적 사고'능력이 발달해왔고 근대 교육 이후 이러한 사고를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과학에서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많은 진화를 해왔다.
학문, 특히 과학(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은 가설적 사고 체계를 가진다. 현상에서 개념(concept)들을 추출하고 개념과 개념의 관계를 설정해서 이론을 만들고 검증함으로써 체계성과 논리적 일관성을 추구하는 것을 학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이론은 검증이 되기 전까지는 모두 가설이다.
가설적 사고를 하게 되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범위에서는 서로 다르게 보이는 것들도 추상적으로 같은 범주에 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설적 사고가 부족한 사람들은 흑인과 황인은 백인은 생긴 모양이 다르다며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라는 태도를 보이지만 가설적 사고를 하게 되면 흑인과 황인과 백인은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범주에 놓고 사고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자신을 다른 피부색의 인간과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 '인간'이라는 것도 개념어(concept語)다-
문명과 과학이 발달하고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범죄는 점점 더 줄어든다. 물론 일정 규모의 사회에는 일정 규모의 범죄가 있어서 도시화와 인구 집중에 따른 국지적 범죄가 일시적으로 늘어나기도 하지만 형사정책의 장기적인 연구결과와 데이터를 보면 문명과 과학과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범죄율은 줄어든다. 지금도 범죄율은 계속 줄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가장 낮은 단가의 노동력을 찾아감으로써 가장 낮은 계층의 경제적 지위를 높이고 빈곤을 구제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또 문명과 과학이 발달하면서 가설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입장 바꿔 생각하는 능력, 타인의 처지에 공감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에 범죄율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식으로 과학을 추구하는 활동에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가설적 사고는 인류의 도덕적 진화에 기여하게 된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jake.seunghoon@gmail.com
이승훈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평판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