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선수의 사과문,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감독이 본다면?

이강인은 권위를 존중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고
원팀의 철학, 명예와 자부심의 철학을 찾아볼 수 없다

백광부 승인 2024.02.16 14:51 의견 0
이강인 선수의 사과문 / 사진=이강인 선수 SNS 캡처


손흥민 선수가 손가락 부상을 당한 이유가 생뚱맞게도 영국의 대중지 The Sun에서 나왔다.

이로 인해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의 갈등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그로 인해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은 잘 언급되지 않았다.

축구협회와 클린스만 감독이 의도적으로 이런 일을 기획했다고 보는 것은 현재로서는 음모론적 시각이다. 그러나 YTN에서 박문성 해설위원이 말한 것처럼 더 선지 보도 이후 협회의 대응은 비상식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경우를 평판의 위기를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평판관리 차원에서 보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들이다.

선수들의 평판에 위기가 되는 외신의 보도에 기자들이 사실 확인 문의를 하면 일단 조사를 해보겠다면서 시간을 버는 것이 평판관리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대응하면서도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를 비롯해 최대한 모든 선수들을 보호하는 쪽으로 미디어전문가들과 법률전문가들이 전략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평판관리의 모습이다.

그런데 협회는 곧바로 사실을 인정하고 보도가 나오고 또 후속 정황이 계속 주기적으로 이어졌다. 이는 협회가 더 선지의 보도를 자신의 책임 회피를 위해 이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이강인 선수가 잘못을 하기는 했지만 아예 "축구대표팀 영구박탈"이라는 분노가 나올 정도로 매장되는 분위기다. 이강인 선수는 아직 어린 선수다.

이전 칼럼에서 "손흥민-이강인 갈등, 하극상이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 이유는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의 이러한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선수들에게 아쉬움이 없지는 않고 특히 이강인 선수의 경우는 팀워크를 해친 정황이 뚜렷이 나타나기에 잘못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과도하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 국가대표팀을 다시 거스 히딩크 감독 이전의 권위주의적 질서가 지배하던 옛날로 돌리려는 구태가 나오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김남일 선수가 소환되면서 "빳다를 때려버리겠다"는 둥, 홍준표 시장이 등장하면서 "아무리 공을 잘 차도 싸가지가 없는 애들을 빼라"는 둥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의 생각은 그런 싸가지의 문제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권위주의적 팀 분위기는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오타니 쇼헤이의 일화를 소개했었다.

권위주의는 청산해야 한다. 그러나 자발적인 권위는 필요하다. 권위주의와 권위는 구별해야 한다. 권위는 저마다 개개인의 명예와 자부심에서 나온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명예와 자부심이 권위를 지킨다.

싸가지가 없어도 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훈련 중이나 경기 중에 후배들이 선배에게 존칭을 쓰지 말라고 했다. 권위주의가 지배하면 유연하지 못하고 창의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축구는 창의적인 게임이다.

각자의 개성이 모두 발휘돼야 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모두가 존중돼야 한다.

다만 원팀이기에 원팀의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것이고 감독과 코치와 선수들을 대표하는 주장이 그 질서에 합의했다면 이제 그 질서에 철저히 따라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양보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기강임을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강조했다. 자유롭되 명예롭고, 권위주의를 배격하되 권위는 살아있는 원팀 철학이다.

한국팀을 월드컵 4강까지 끌어올린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 관계자가 한국팀은 통제, 단합이 잘 된다고 자랑했었지만, 이건 내가 생각하는 팀 기강이 아니었다. 나는 항상 깔끔하고 통일된 복장으로 식사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팀이라는 데 자부심을 누려야, 선수단의 사기가 올라간다. 식사를 자유롭고 즐겁게 하는 것과, 제멋대로 옷을 입은 채 밥만 먹고 휙 가버리는 건 별개 문제다" 라고 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팀에게 남긴 레거시, 유산은 당시 코치를 역임했던 박항서 감독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거스 히딩크의 레거시, 축구철학을 그대로 이식했다. 축구선수들의 체력과 영양가 문제를 개선하는 것 외에도 정신적인 부문에서 원팀 철학, 명예와 자부심의 철학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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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님 감독은

“첫째, 모든 선수는 식당에 동시에 입장해 동시에 식사를 끝내라. 이것은 나를 포함한 누구도 예외는 없다. 둘째 훈련할 때나 밥을 먹을 때는 물론 어디에서나 선수단은 복장을 통일하라. 여기에는 축구협회 직원도 예외일 수 없다. 당연히 나도 여러분과 같은 유니폼을 입을 것이다. 셋째 훈련 시간뿐만 아니라 식사 시간이나 팀 미팅 때에 절대 핸드폰을 갖고 오지 마라. 핸드폰은 아침에 라커룸에 고이 모셔 두었다가 훈련 끝나고 찾아가기를 바란다.” 라고 했다.

히딩크 감독의 축구 철학, 원팀 철학, 명예와 자부심의 철학을 그대로 빼다 박은 박항서 감독의 철학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항서 감독(히딩크 감독)의 철학에 대해 초기에는 이강인 선수를 닮은 베트남 선수들이 따르지 않았다. 이때 박항서 감독은

“우리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왔다. 서른 명이 넘는 선수와 코치가 효과적으로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훈련 시간에는 축구 이외 아무것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똑같은 집중력을 가져야 훈련 성과를 낼 수 있다. 음악은 훈련이 끝나고 듣기 바란다. 핸드폰도 마찬가지다. 지금 훈련보다 더 중요한 일은 너희들에게 없다. 대표 팀의 일원이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해야 한다. 우리는 한 팀이다. 서로서로 도와줘야 하고 팀으로 함께 해야 한다.”

라고 했고, 결국 베트남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의 철학을 따랐다. 그리고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시다시피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미스터스마일 클린스만 감독


안타깝게도 한국 축구 국가대표 팀은 이러한 원팀 철학과 명예와 자부심의 철학 등 거스 히딩크가 남긴 레거시가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정황을 통해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략 전술적 측면이 아니라 관리적 측면에서 기대를 하고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상황만으로 봐도 클린스만 감독의 관리능력은 문제가 많다.

클린스만 감독의 관리라는 것이 선수들 저마다의 특기를 강조하는 자율성의 관리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관리가 팀에 따라 경우에 따라 유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국가대표팀의 경우에는 유효하지 않다. -이는 한국 국가대표팀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화가 달랐을 뿐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방침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면 피드백을 통해서 수정 보완해야 한다. 그걸 클린스만 감독은 피드백을 받지 않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런 사태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이강인 선수의 사과문이 올라왔는데, 평판관리 차원에서 보면 매우 안타깝다. 아직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이강인 선수가 올린 사과문의 요지는 "형들의 말을 잘 따르지 않아서 미안하다.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는 권위주의적 문화를 따르겠다는 것으로도 보이고 반대로 조롱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권위를 존중한다면 권위주의적 문화를 조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강인 선수의 그간의 행동을 보면 권위주의를 배격하기는 했지만 권위를 존중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고 원팀의 철학, 명예와 자부심의 철학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원팀에 대한 생각, 한국을 대표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명예를 잠시 망각했다는 취지로 사과문이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사과문에 반드시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빠져 있어서 안타깝다. -아쉽다기 보다는 안타깝다. 그의 미래 때문이다-

손흥민 선수와 팀 동료들에 대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및 축구팬 뿐만 아니라 손흥민 선수와 동료에 대한 사과의 내용이 들어가야 했고 그와 관련된 향후 개선방안이 들어가야 했다.

ps. 그 외 페널티킥 기회 상실로 인한 득점왕 기회 상실, 유명 클럽 스카웃 작전 등등 여러가지 음모론이 많지만 거론할 가치가 없어 생략한다.

백광부 신역학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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