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4일 베트남 하롱에서 열린 영국-베트남 공동 경제 무역위원회 회의에서 호앙 꾸옥 부엉 (Hoàng Quốc Vượng) 당시 산업무역부 장관과 코너 번즈 (Conor Burns) 영국 무역부 장관이 협정서를 작성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주 베트남 영국대사관
홍콩 보안법 사태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동남아시아 아세안 국가, 베트남에 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16년 영국은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당시 브렉시트를 추동한 세력은 둘이다. 보호주의 세력과 신자유주의 세력이다.
보호주의 세력의 대표적인 정치인은 나이젤 페라지다. 이들 보호주의자들은 시리아 사태 이후 급증한 무슬림들의 난민, 이민을 유럽연합(EU)이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하자 이들 난민, 이민 때문에 영국의 중하층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복지가 줄어는다는 이유로, 자국 중하층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브렉시트를 찬성했다.
신자유주의 세력의 대표적인 정치인은 보리스 존슨 현 총리와 테레사 메이 전 총리다. 이들은 유럽 연합이 지나친 관료주의와 규제 때문에 영국의 자유 무역이 방해받고 있다고 보고, 고도 성장 중인 아시아와 제 3세계로 교역을 넓히기 위해 브렉시트를 찬성했다. 관료주의에 찌들고 성장이 지체된 유럽에 남아 있다가는 국가의 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기대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중 테레사 메이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지지했고 보리스 존슨은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이들 신자유주의 세력은 특히 중국과의 교류 확대를 꾀했다. 영국 신자유주의자들 중 보리스 존슨은 영국 친중파(親中派)의 거두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브렉시트 찬성론의 주류가 되어 현재 영국 정치를 이끌고 있다.
한편, 21세기의 제갈량이라는 왕후닝의 구상아래 시진핑 주석이 아시아인프라은행, 페트로위안화, 일대일로, 중국몽 등으로 미래 신기술 일자리를 장악하고 달러를 넘어서는 위안화 기축통화 지위를 시도하는 등 미국에 전쟁을 걸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응전했다.
중국의 도전을 받아들여 세기적 무역 전쟁을 지휘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신기술 일자리 탈취와 부정경쟁의 상징인 화웨이 배척을 유럽 제국 등 전통적인 동맹에게 요청하고 영국에도 강력히 요청했지만 영국은 동맹국인 미국의 강력한 요청을 거부하고 화웨이를 받아들였다.
그 이유는 바로 중국과 교역을 넓혀서 살길을 찾겠다고 그 많은 희생을 무릅쓰고 브렉시트를 했기 때문이다. 영국 신자유주의자들은 그렇게 큰 희생을 치루고 브렉시트를 이뤄냈는데 이제 와서 중국, 화웨이를 배척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홍콩 보안법 사태로 사정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영국 친중파의 거두인 보리스 존슨도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 것 같다. 어쩌면 코로나19 사태도 태도 변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영국은 중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으며 화웨이를 배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오다 결국 7월 14일, 화웨이를 배척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영국이 화웨이를 배척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영국의 탈중국을 상징하는 매우 엄중한 사건이다.
이렇게 중국과 사이가 나빠져서 그렇다면 영국은 애써 브렉시트를 한 보람이 없어졌느냐?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소는 향후 5년간 100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홍콩 보안법에 반발하고 중국을 떠나 꾸준히 영국으로 이주해 정착할 때, 영국 GDP가 400억 파운드(약 59조99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홍콩인구의 7.6%를 차지하는 금융엘리트들이 영국으로 이민하게 되면 이들이 영국 경제에 큰 활력을 가져오고 국제금융 최고선진국의 지위를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 표=부루킹스연구소
많은 한국인들은 브랙시트로 영국이 망쪼에 들었다고 하지만, 미국의 씽크탱크 부루킹스 연구소나 OECD 리포트에서 볼 수 있듯이 아시아는 향후 30년 이상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된다. 또 앞으로 세계 중산층의 2/3를 아시아가 차지하게 된다. 아시아 중에서도 동아시아, 즉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브렉시트를 해서 세계금융의 중심인 런던이 그 지위를 파리나 프랑크푸르트에 넘겨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런던이 세계 금융 중심의 지위를 EU에 넘겨주고 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해서 EU국가들의 교역감소로 당장에 약간의 손해를 보지만 관료주의로 찌들어 성장이 정체된 EU를 탈출해 저 멀리 아시아로 눈을 돌린 영국 신자유주의자들의 판단은 당연히 옳다. 중장기적으로는 EU보다는 아세안과의 교역 확대가 국가의 번영과 인민의 유복함을 보장한다.
이번에 영국이 중국과 사이가 나빠졌지만 아시아에는 베트남, 한국, 대만, 인도... 등 중국을 대체할 나라들은 많다. 영국은 이번 기회에 베트남과 인도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재편하려는 미국과 다시 협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이미 영국은 아세안, 베트남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자 아세안의장국으로서 아세안의 리더 역을 하고 있는 베트남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까지 베트남의 91번째 코로나19 환자였던 영국인 조종사를 회복시키기 위한 베트남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 결실을 맺어 사경을 해매던 영국인 조종사가 완쾌되어 영국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그러자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이 베트남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인삿말을 잘 보시면 영국이 베트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세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영국의 미래 구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영국-베트남 자유무역 협정 (FTA)이 빠르게 추진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평판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