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표정 손흥민, 환한표정 이강인..정작 아쉬운 부분은 사과의 내용

자신의 잘못에 대한 명확한 적시가 부족...개선에 대한 약속도 불분명

이승훈 승인 2024.03.20 19:00 의견 0
이강인의 사과문과 함께 올라온 이강인의 환한 표정, 일부 팬들은 이러한 이강인의 환한 표정이 못마땅하다. /사진=이강인 SNS 캡처


이강인이 월드컵 경기 예선전을 치르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20일 오전 입국했다. 하루 전 입국한 손흥민이 굳은 얼굴 표정으로 입국한 것에 비해 이강인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이것이 또 '싸가지론자'들에게는 못마땅할 수 있겠다. '맞은 사람은 불편한데 때린 사람은 맘 편해보이니' 부당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언론들은 애써 두 선수의 대조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보도를 일제히 쏟아낸다.

이강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과 국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가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대한민국 사회가 가치관의 격변기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전의 칼럼에서도 말했다시피 필자는 현재 한국 사회가 보편주의(글로벌리즘)와 특수주의(커뮤니태리어니즘)라는 한국 사회 구성원사이의 상이한 인식 구조 속에서 소멸해가는 '집단주의'와 아직 이를 대체할만큼 충분히 확산되어 있지 않은 '개인주의'의 충돌에서 '아노미'를 겪고 있다고 본다.

지배적인 도덕 질서를 찾기 위한 한국인들의 투쟁인 것이다.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 이강인의 행위를 '하극상'이라는 표현 하나로 설명한다.

언론들은 이강인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압축적으로 서술하기 위해서 '하극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느낀 것 같다. 그러나 '하극상'이나 '싸가지'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이고 적확하지 않은 서술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개인주의는 이기적이거나 무질서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이타주의적이고 상호존중과 배려의 수평적 질서를 추가하는 규범이다.

오히려 집단주의·공동체주의가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면서 일방향적 수직적 권위주의 가치 질서를 통해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사회를 만든다.

이강인의 행위는 '하극상'이나 '싸가지없음'이라는 집단주의적 가치관만으로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강인은 '원팀 질서 해체', '상호 존중 배려 의무 위반'으로, 개인주의적 가치관으로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그것이 오히려 이강인에게 더 큰 압박과 더 큰 의무를 부여하고 더 강고한 팀웍을 보장한다.

한편 황선홍 감독은 보편주의를 체화한 감독답게 이강인에 대해서서 원칙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팬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이강인에 대해 "따로 통화하지 않았다"며 "얼굴과 컨디션을 보고 활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들이 (외부 시선을) 많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집중해서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미디어와 축구팬들이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당연하고 바람직한 태도다. 감독은 선수를 보호하고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경영관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 언론들은 이러한 황선홍 감독의 태도를 보면서 "이례적 황선홍...당황스런 팬들"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아마도 곧바로 사과를 해주기를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강인의 그간의 처신을 볼 때 밝은 표정으로 입국한 것이 그의 태도의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문제삼을 일은 아니다.

사과 기자회견과 경기장에서의 행동이 중요하다.

가치관이 다른 팬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존중하는 태도로 사과를 하면 된다.

이강인은 20일 오후 대한축구협회가 준비한 포토라인에서 사과를 했다. 사과의 내용을 보면 자신이 잘못한 내용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 단지 "실망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선에서 얼버무렸다.

잘못한 부분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앞으로 잘못한 행위의 재발 방지와 개선에 대한 약속 역시 모호해진다. 그래서 잘못한 내용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강인은 "이렇게 많이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이렇게 기회를 주신 황선홍 감독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아시안컵 기간 너무 많은 관심, 그리고 너무 많은 응원을 해 주셨는데, 그만큼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실망하게 해드려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모든 분의 쓴소리가 앞으로 저한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반성을 하는 기간이다. 좋은 축구선수뿐 아니라 더 좋은 사람, 그리고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강인은 사과 전날 먼저, 대표팀 선수들에게 직접 사과를 했다고 한다. 이는 바람직한 처신이다.

한가지 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축구협회가 사과 기자 회견장으로 마련한 포토라인의 장소와 시간대인데, 경기장 안에서 뒤에서 동료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곳에 포토라인을 마련한 것은 좀 부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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