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황선홍 감독이 27일 선임됐다. 3월 A매치 기간 동안의 임시직이다. 여론은 뒤숭숭하다.
황선홍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강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이강인을 중용해왔고 황선홍 감독과 이강인은 돈독한 선후배의 모습을 보였다.
이강인을 국가대표에서 영구퇴출시키라며 비판하는 이들은 박항서 전 베트남 감독이 한국팀이 3월 A매치 기간에 상대할 태국팀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데다가 규율과 기강을 잡는 데에 있어서 박항서 감독만 한 사람이 없고 게다가 감독직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는 점에서 박항서 감독 선임을 요구해온 터였다.
이 때문에 이강인의 '싸가지'를 거론하며 국가대표 영구퇴출을 주장하던 팬들은 황선홍 감독 선임 소식에 망연자실, 한 편으로는 분기탱천해서 황선홍 감독을 선임한 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에게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평판관리 문제와 관해서 맞이하는 최고의 위기가 바로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대표팀 엔트리에 뽑기는 하는 것일까?"이다.
황선홍 감독은 아시안게임 감독을 맡아 금메달을 딸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3월 A매치에서 대적해야 할 태국팀도 누구 못지않게 잘 안다. 감독으로 부족하지 않음에도 팬들이 반대했던 이유는 황선홍 감독과 사이가 좋은 이강인이 또다시 국가대표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강인이 사과를 하고 손흥민이 용서를 했지만 이강인의 싸가지 없음을 문제 삼아온 이들은 용서해 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강인을 배제시켜야 한다면서 황선홍 감독 선임을 반대하는 이들이 팬들의 전부가 아니겠지만 의견은 그들이 주로 내고 있다. 일부의 반대 의견만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황선홍 감독 선임 반대가 다수 여론이 아닐 수도 있다. 사실 여론에 따라 결정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여론은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이강인 퇴출을 주장하고 박항서 감독 선임을 요구해온 팬들은 내심, 규율과 기강을 잡는 데에 엄격한 박항서 감독이 이강인을 배제시킬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 역시 박항서 감독이 보다 더 적임이라고 생각해왔고 황선홍 감독은 올림픽팀과 월드컵팀 두 팀을 동시에 감독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크다고 봤다. 그러나 필자는 박항서 감독을 최적임자로 보기는 하지만 박항서 감독이 축구협회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박항서 감독의 선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아왔다.
그런데 만약 박항서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맡았다면 이강인을 배제시킬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면 박항서 감독은 보편주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보편주의자, 유니버셜리스트들은 적어도 이강인에게 한 번의 기회는 준다.
그리고 적어도 팀의 감독이 되면 어느 정도 다들 보편주의적 가치관을 체득한다. 다양한 개성, 다양한 스타일을 모두 인정하는 가운데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가 익히 보아온 명장 반열에 든 감독의 모습이다.
그렇지 않고 감독이 가진 특수한 가치에 일방향적이고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가치에 그 모두를 끼워 맞추려다가는 팀에 탈이 나거나 원팀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사실 그것이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전의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모습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 그리고 히딩크 감독의 축구철학을 그대로 계승한 박항서 감독의 원팀 철학 역시 수평적인 리더십을 강조한다. 이는 보편주의 (유니버셜리즘) 가치관에 부합한다. 일방향 수직적 위계질서, 싸가지를 강조하는 특수주의, 커뮤니태리어니즘 가치관과는 거리가 있다.
박항서 감독이 축구협회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도 가치관 측면에서 보면 보편주의(유니버셜리즘)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니까 특수주의 (커뮤니태리어니즘)가 지배하는 축협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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