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1.
지인(친구 또는 부모 등등)이 운전할 때 옆에 조수석에 앉아 타고 가다가 지인이 교통사고를 내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데 주변에는 아무런 CCTV도 없고 목격자도 없었는데 교통경찰이 와서 사고 경위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한다.
만약 못 봤다고 말하면 그냥 넘어가고 사실대로 말하면 친구나 부모 님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받는다고 할 때, 이 경우 교통경찰에게 못 봤다고 말할까? 아니면 사실대로 말할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어떤 대답을 하실까?
질문2.
여러 개의 막대가 있다. 그 중에 어떤 막대가 가장 긴 막대인지를 보고 선택해야 한다. 이 때 게임에 참여한 다른 참가자들이 (의도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특정한 짧은 막대를 가장 긴 막대라고 지목하는데 객관적으로는 그보다 다른 막대가 분명히 길다.
이 때 객관적으로 긴 막대를 선택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따라 더 짧은 막대를 긴 막대라고 선택할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어떤 대답을 하실까?
이 설문들은 보편주의(글로벌리즘, 유니버셜리즘)와 특수주의(커뮤태리어니즘, 공동체주의)의 정도를 측정하는 전형적인 설문이다.
이강인 싸가지 논란을 다루기에 앞서 먼저 보편주의와 특수주의라는 가치관의 대립을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 이 칼럼을 준비했다.
보편주의가 지배적인 나라의 국민들일수록 사실대로 말한다. 즉 지인이 벌금을 문다고 해도 교통 경찰에게 사실그대로 법규 위반 사실을 말한다. 물론 지인의 피해를 감수하는 수준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또 질문 2의 경우에는 자기가 보기에 객관적으로 가장 긴 막대를 선택한다.
반면에 특수주의가 지배적인 나라의 국민들일수록 거짓을 말해서 자기 부모형제, 친구들 지인들의 이익을 챙기고 관계를 강화한다. 그리고 질문 2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이 길다고 하는 막대를 선택한다.
이때 특수주의가 지배적인 나라가 그렇게 거짓을 말하는 것이 부도덕적한 것이 아니다. 특수주의의 세계관에서는 부모형제, 친구들, 지인들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도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도덕의 기준이 보편주의냐 특수주의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도덕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고,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보편주의와 특수주의라는 세계관, 가치관에 따라 사람의 선택이 달라지고 또 그에 따라 사회의 경제 구조,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연구한 것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두만 바라미 라드 등을 비롯해서 많은 학자들이 이와 관련해서 상당히 깊은 연구를 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시기 바란다.
Kin-Based Institutions and Economic Development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편주의에 따라 사실대로 말해서 지인을 처벌받게 하는 나라들이 대체로 선진국이고 사회 전체에 부정부패가 적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호되어 모두가 이익을 보는 결과로 나타나고
특수주의에 따라 거짓을 말해서 지인의 이익을 챙겨주는 나라들이 대체로 후진국이고 사회 전체에 부정부패가 많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지 못해서 약자가 어렵게 산다는 것이 나타났다.
필자 같은 경우는 보편주의자다. 그리고 자유주의자다. 자유주의자들은 자유주의라는 게 폼이 나서 자유주의를 취하는 게 아니다. 폼으로 자유주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자유주의자들은 내추럴 본 자유주의 성향이라서 자유주의를 추구한다. 그리고 이 자유주의자들은 거의 대부분 보편주의자들이다.
한국은 특수주의, 커뮤니태리어니즘이 매우 강한 나라인데 이렇게 특수주의 사회에서 보편주의자들이 살아가기가 참 팍팍하다. 욕을 많이 들어먹고 간섭과 억압을 많이 받아서 스트레스가 심하다.
가급적 저렇게 가치관이 충돌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보편주의자들은 이강인과 손흥민의 갈등 논란을 어떻게 바라볼까?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특수주의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왜 이강인에 대한 평판이 다르게 나타날까? 바로 보편주의와 특수주의라는가치관이 달라서 다르게 나타난다.
특수주의자들일수록 이강인의 싸가지 없음을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이강인을 더 많이 비난한다.
저작권자 ⓒ 평판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